제목 유기농 원로를 찾아서 1-장근환(경남 진주)
작성일자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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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환 대표가 전하는 유기농업 비법!

1. 유기농업인증은 ‘사람인증’이다. 마음가짐이 정직하지 않고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유기농업이라 할 수 없다.

2. 토양을 만드는 것이 필수다. 일단 토양검정을 받고 자신의 토양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토양을 만드는 방법은 역시 ‘퇴비’를 쓰는 것이 으뜸이다.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제대로 만든 퇴비를 사용 해야된다.

3.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한다. 유기농업은 자연을 이해하고 환경을 관찰하지 않으면 필패이다. 유기농 원로들의 선진지 견학과 교육은 필수이다. 여러곳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4.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혼자 힘으로 아무리 농사를 잘지어도 판로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작목반을 구성하거나 연합회를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

5.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아무리 말로 해도 효과가 없다. 농사짓는 방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줌으로서 신뢰도를 올리는 것이 최고이다.
 

■유기농업에 눈을 뜨다


장근환 대표는 1939년생으로 평생 농사 이외에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외길을 달려온 순수 농사꾼이다. 군대를 졸업하고 50여년간 농사에만 매달려 살아왔다.
어려운 형편에 장남으로써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기에 공부보다는 농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장 대표는 항상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그러던중 장 대표의 인생을 전환시키는 책 한권을 접한 뒤 유기농업의 길을 걷게 된다.
바로 한국유기농업의 대부 류달영 (사)한국유기농업협회 초대회장의 기행문인‘유토피아의 원시림’이다.
장 대표는 “이책을 읽고 나서 계란 하나 하나에 코드를 찍어 생산자의 책임을 묻는 유럽의 농업정책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이후 진주에서 고 류달영 회장의 유기농업 강의를 듣고 난 뒤 이분의 말씀이면 믿고 함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유기농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반평생 유기농업 인생이 시작되었다.
 
■유기농업,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그 당시 유기농업은 초보적 수준의 관심이 막 일기시작한 때로 제대로 된 농자재나 기술이 확립되기 전이었다.
처음 유기농업을 시작하면서 실수도 많았다.
“유기농업을 한답시고 안해본것이 없어. 쇠비름 효소, 볏짚퇴비, 버섯박 퇴비, 병해충에 효과가 있을까 해서 소주까지 뿌려가며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해봤지.”
장 대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밀어부쳤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실패의 실패를 거듭했다. 기술뿐만 아니라 열심히 기르고 수확해도 판로조차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포기란 있을 수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장 대표는 수확한 고추를 들고 서울로 갔다. 그 당시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고추를 벤또(철제 도시락)에 올려놓고 팔았다. 이를 본 장 대표는 새로운 판매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3년을 자다가도 깨서 고민하고, 밥먹다가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더니 답이 나오더라. 딱 3년 걸렸지.”
그렇게 해서 나온 해결책은 비닐포장이었다.
지금은 마트를 가도, 농협을 가도 모든 농산물은 비닐포장이 안되어 있는 것이 없지만 그 당시 비닐포장은 파격을 넘어선 혁신이었다.
매일매일 국립농산물검사소를 찾아가 비닐봉지 표면에 소장인감을 찍어가며 유기재배 인증봉지를 만들었다. 최초의 유기농인증 봉지를 개발했던 셈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빛을 발해 결국 백화점에 납품을 시작하게 되었고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보고 듣고 배우고 실행하다

“사람은 나서부터 죽을 때 까지 듣고 보고 배우다가 죽는게 사람이야.”
장근환 대표의 평생 인생철학이다.
장 대표는 생활고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한을 유기농업에 입문하면서 공부로 풀기 시작했다. 교육이 있다고 하면 전국을 가리지 않고 참석했고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배움이 있는 곳이면 열일 제쳐두고 달려가 배움을 청하였다.

1990년대 후반 국가적으로 몰아친 정보통신의 열풍이 농촌에도 상륙하면서 장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컴퓨터에 도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컴퓨터를 막상 배우니 가장 곤란한게 바로 영어였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집에와도 기본이 제대로 잡혀있지않아 혼란스럽기만 해서 잠도 못자곤 했지.”

하지만 장 대표는 일어나서 한번, 점심먹고 한번, 자기전에 한번 정확히 하루에 3번씩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컴퓨터 공부에 몰두 했다.
현재는 고추팜의 홈페이지 관리는 기본이고 포토샵도 능숙하게 다룬다. 또한 화상카메라를 이용하여 전문가들과 영농상담을 하기도 하고 전국 각 지역의 농업인들과 채팅 등을 통해 농사에 대한 의견도 나눈다.
아울러 각종 농업관련 사이트나 카페, 블로그에도 가입해 필요한 농업관련 정보도 손쉽게 얻는다.
장대표는 인터넷을 농사에 활용하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사람이 노력해서 안되는 것은 없더라. 한 곳에 미치지 않으면 어떤 곳에도 미칠수가 없어. 생각하고 움직여서 활용하면 길이보이거든. 그것이 바로 발전하는 길이야.”
 
■ 소비자는 곧 내가족

2014년 KBS파노라마 방송을 통해 유기농업 부실인증과 비양심적 자재업자로 인해 친환경농업의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무리한 인증과 복잡한 절차, 관의 욕심이 만든 염증이 터져버린 결과였다.
전국 고추농가 중, 유기농 1호로 지정받은 선두주자인 장 대표는 철학과 소신이 없는 사람들은 유기농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기농인증은 곧 사람인증이다. 사람이 유기농이 아닌데 어떻게 유기농업을 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장 대표는 가끔 소비자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많아 상담을 직접 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암환자 또는 임산부, 아이를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로 부터 전화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유기농고추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지, 정말 먹고나면 건강해지는지 묻곤 한다. 이럴때 마다 장 대표는 똑같은 대답을 한다.
“하늘을 두고 맹세하는데 그냥 먹어도 됩니다. 제 신념을 걸고 지은 농산물입니다.”

장 대표는 농산물을 판매할 때 의사보다 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혹시의 실수가 산모의 아이를 기형아로 만들수도 있고 암환자의 병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 대표의 신념은 고추팜 뿐만 아니라 진주의 고추농장에도 퍼져 유기농업협회 금산지회의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유기농업인이 웃는 세상을 위하여

현재 유기농업인들은 많은 곤경에 빠져있다. 파노라마 방송의 여파로 농산물 인증은 더더욱 깐깐해졌고 검사하는 항목도 200여가지에서 300여가지로 늘어났다.
농자재 가격은 올라가고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떨어져 판로구축이 쉽지않아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농가도 증가하고 있다.

30여년간 유기농업을 실천해온 장 대표 역시 생활이 녹록치 않다. 유기재배를 통해 농토의 지력은 올려 병충해 발생이 크게 줄었지만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비해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투자 이상의 수입을 올려야 하는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우리 유기농업의 현주소이며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장 대표는 “유기농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에서 유기농산물을 한 곳에 모으는 유통체계를 갖추고 농민들이 가격을 조정하고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유기농산물의 가격을 보장하고 학교나 군에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꼽았다. 농민들이 아무리 정직하게 농사를 지어도 결국 소비자들이 소비해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농약을 치지않은 진짜 유기농산물은 벌레도 먹고 병도 든다. 하지만 스스로가 이겨낸다. 다만 그 흔적이 농산물에 남을 수 밖에 없는데 이마저 흉하다고 먹지 않는다면 유기농산물을 팔 수가 없다.

 벌레를 먹어 조금 흠이 난 것도, 모양이 올곧지 않고 이쁘지 않아도 유기농산물이란 것은 변함이 없다.
“애지중지 키운 고추들이 반품되서 돌아올 때 마음이 아퍼. 조금 모양이 좋지 않다고 돌려보내면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상품으로 쓸 수 가 없지.”
장 대표는 그래도 유기농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는다.

“친환경 재배법이나 노하우라는 게 딱히 없어. 원리 원칙만 지킬 뿐이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해. 그러다 보면 좋은 농산물을 수확하고 또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지. 유기농을 하다보니 더불어 사는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됐지.”

하지만 신념만으로 현실을 산다는 것은 쉽지않다. 농업이 살려면 친환경이 살아야하고 친환경농민들이 웃기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농민의 철학이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장 대표의 농장을 나오면서 진정한 유기농업인들이 걱정없이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해 본다.

 
<본 내용은 본회 회보 2015년 5월호 12면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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