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치면 다 나와” 흔히들 하는 말이다. 예전 어르신들의 지혜가 무색해지는 요즘, 경험은 그리 중요치 않게 여겨진다. 사회풍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농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충주에서 만난 한국유기농업협회 윤경환 회장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식을 차곡차곡 쌓은 지혜로운 이야기 보따리 같은 분이다. 윤경환 회장을 만나 유기농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농사는 경험에서 나온다

“날씨가 무척 가물어서 걱정입니다.”

“올해는 19년 주기로 돌아오는 비가 적은 해입니다. 가뭄이 지속되면 고온현상이 일어나고, 고온현상이 일어나면 여름에 우박과 냉해 피해가 옵니다. 올 초 여러 지역에 우박과 냉해 피해 현상이 있었지요? 비단 기상이변이 일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예전부터 내려오던 말들이나 역법은 미신이라고 안 믿지만 수십 년 동안 써왔던 영농일지와 비교해보면 거의 다 맞아 들어갑니다. 봄에 청명(淸明)이 되면 논농사를 시작하고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 되면 추수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농사는 서리에서 시작해서 서리에 끝나는 것이지요. 날씨가 가물면 참깨가 대풍이고, 들깨는 비가 많이 와야 대풍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경험해 보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지요.”

주역과 기상학을 접목한 농사 예측이 70~80%정도 맞는다고 하니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유기농협회 제2의 도약기를 준비

올해 한국유기농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윤 회장은 유기농협회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회장 임기 동안 유기농업 회원을 중심으로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제2의 유기농업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 그 목표이다.

“우선 조직을 수직구조가 아닌 수평구조로 바꿔 많은 회원들을 만나 소통하고, 유기농업 기술 공유 및 생산기반을 조성할 것입니다. 유기농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어떻게 신뢰를 얻느냐 하는 문제는 차별화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진짜 맛있는 유기농산물을 공급한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는 당연히 따라옵니다. 유기농업 특성상 100% 공산품 같은 품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많이만 생산할 생각을 하지 말고 최상품 60%는 좋은 가격에 판매를, 30%는 본전에 팔고, 10%는 서비스·홍보·고객유치로 사용해야 합니다. 6·3·1 전법입니다.”

협회에서는 이 외에도 귀농·귀촌자 대상으로 유기농업 교육 및 멘토 정착에 지원하는 귀농귀촌 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도 지나가리라

최근 FTA와 KBS 파노라마 등으로 어려워져만 가는 유기농업의 미래에 대해 윤 회장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갈 수는 없습니다. 대세의 흐름은 따라 가는 것이 원칙이며 그 안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대안을 찾아 그 피해 당사자들에 어떻게 해야 충격을 완충시켜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그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KBS 파노라마도 큰 여파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을 기억해 보면 주기적인 사이클로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1990년 이유식에 유기농 쌀 파동, 2003년 유기농산물의 질소 검출로 인한 불신조장, 식품회사의 녹즙용 케일 사건 등이 그 예입니다. 돈만 생각하지 말고, 양심을 버리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 최선을 다한다면 이번 사건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솔하게 유기농업을 하십시오, 유기농업을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맑은 공기, 비옥한 토양, 청정 작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진실만은 영원히 남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유기농업을 하십시오.”

<자료출처: 월간 친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