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유기농 원로를 찾아서 5-안종윤(경북 상주)
작성일자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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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은 기다림의 미학
 



 

쌀, 곶감, 누에고치 세 가지 하얀 색의 농산물,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 또한 약 1,000명의 친환경인증농가, 1,000ha의 친환경인증필지를 가진 전국 최고의 친환경농업지역이기도 하다. 상주시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면 청정자연의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은척면 황령리 은자골을 만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위해 30년간 일생을 받치고 살아온 안종윤 대표는 ‘농민의 애국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라는 신념으로 오늘도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물맑고 공기좋은 경북 상주 은자골, 그곳에서 안종윤 대표의 삶과 철학을 들어 보았다.
 
 
 
안종윤 대표가 전하는 유기농업비법!
 
1. 농약방을 기웃거리지 말라.
친환경농자재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농약방은 그래도 어느정도 전문성은 있지만 일반 농약방은 친환경농자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2. 전국에 있는 유기농업 원로를 찾아다니며 발로 뛰어 정보를 구해라.
원로라는 타이틀은 절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년생들이 겪어야 할 많은 실수들을 이미 겪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원로들에게 제대로 배운다면 몇년을 앞서서 나갈 수 있다.

 
3. 토양의 힘을 길러라.
제대로 유기농을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토양을 제대로 만드는 방법 밖에는 답이 없다. 따라서 토양 유기물 함량을 올릴 수 있도록 퇴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 넣어주는 것이 좋다.

 
4. 돈보다 건강과 철학을 생각하라.
유기농업의 근본은 상생의 철학에서부터 시작된다. 너와 나, 우리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시작한 농업이다. 따라서 이윤만을 보고 따라온 가짜 유기농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5. 개인보다는 공동으로, 협동하고 공생하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농업도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면 더 오래 갈 수 있다.

 

■ 친환경 농업인 안종윤
안종윤 대표가 살고 있는 상주 은척면 은자골 마을은 상주시에서도 한참 떨어져 꼬불꼬불한 길을 몇개를 지나야 나온다. 해발 약 300m 로 준고랭지 지역으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기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다.

준고랭지 지역은 환경의 특성상 해충과 병해가 잘 일어나지 않아 많은 양의 농자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물과 공기가 맑아 작물 뿐 아니라 농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적지라 할 수 있다.

안 대표의 유기농포도밭을 찾아가자 대부분의 작물들이 잎이 연했다. 일반적으로 봐왔던 일반농산물의 진녹색 잎에 비하면 과연 이것이 자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본디 자연에서 그대로 자란 작물들의 잎은 진녹색이 아니라 연녹색입니다. 비료를 듬뿍 머금은 농산물은 질소의 과잉으로 진녹색을 띄게 되죠. 작물과 인간을 비교한다면 진녹색의 일반 관행농산물은 비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기농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안 대표도 처음부터 유기농업을 실천했던 것은 아니다.

군대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시작했던 농사는 담배농사와 쌀농사였다. 그당시 농업정책의 목표는 증산이었고 안전한 농산물보다는 일단 수량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와 유기농업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85년 서울 종로 기독교 100주년 행사에서 진행된 28차 유기농연수를 통해서 였다.
故류달영 박사의 유기농 교육을 통해 증산만이 살길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 그는아무리 먹을 것이 많아도 그것이 안전하지 않고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면 이는 옳은 일이 아니란 것을 뼛속 깊숙이 새기게 되었다.
결국 땅의 힘을 길러 자연에 가장 가까운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때부터 안대표는 ‘안전농산물 생산이 농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 유기농 포도를 결심하다.
은자골은 준고랭지의 기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밤낮의 온도차가 커 원래부터 충해는 심하지 않았지만 곡물의 경우 미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안 대표는 고민 끝에 포도를 주작물로 선택하게 되었다.

93년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유기농 퇴비와 같은 자재도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농약을 덜 치고, 한우 축분과 산야초를 섞어 발효시킨 유기퇴비를 뿌리는데 주력했다.

“그당시만 해도 경운기가 없어 동생과 소달구지로 퇴비를 날랐죠. 퇴비를 뿌려 지력을 회복시키고 나니. 농약을 적게 쳐도 포도가 잘 자라더군요. 아 이것이 유기농의 원리구나 하고 감이 왔어요. 때마침 친환경농업육성정책이 실시되었고, 1995년 이웃의 12농가와 함께 은자골유기농영농조합을 결성하고, 정부의 중소농고품질단지 사업을 유치했습니다. 이듬해인 1996년 친환경농산물인증제가 실시되면서 경북에서는 저농약 1호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저농약에서 무농약, 유기농 인증 단계를 밟아가면서 안 대표는 다양한 유기농법을 몸으로 직접 익혔다. 토양관리를 위해 맥반석과 키토산, 쌀겨, 황토 효소 등을 시비했고, 흑설탕, 포도주 등을 발효시킨 액비를 만들어 뿌렸다. 이렇게 재배된 은자골 포도는 당도가 탁월하고 육질이 단단해 저장성도 높은 고품질 포도로 인정받게 되었다.
 
■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 유기농

“유기농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2006년, 친환경 농업을 시작하고 10년의 세월을 노력한 그는 드디어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저농약 인증제도가 폐지되면서 일반관행에서 유기농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4년(무농약 2년, 전환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예전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토양의 유기물 함량도 체크를 했었다. 농약성분검출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땅이 과연 유기농업을 하기에 적절한 토양인지 확인해서 유기농 인증을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대표는 현재 친환경농업의 신뢰를 잃은 이유중 하나가 유기농업을 너무 쉽고 빠르게 해결하려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화학농약에 찌들은 땅이 어떻게 1,2년 만에 변화하겠습니까. 최소 5년정도는 꾸준히 토양을 가꾸고 퇴비를 넣어주어야 토양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유기농업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기다림이 쓰고 힘들지라도 결국 참고 견디는 자에게는 큰 행복이 찾아온다. 유기농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눈앞에 이윤 때문에 빨리 가기 보다는 조금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안 대표는 설명한다.  때를 알고 그날을 묵묵히 기다리는 농업, 어찌보면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만이 유기농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순환농법이야 말로 우리가 가야할 길
친환경농가에서 친환경농업을 포기하게 되는 큰 이유중 비싼 농자재 값을 꼽는 친환경농업인들이 많다. 알반 화학농자재에 비해 대량생산이 힘들고 효과도 떨어져 자주 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역시 더 들어가기 때문에 고투입농법이라는 오해를 사곤 한다.
간혹 일부 농가에서는 질 좋은 퇴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값싼 미숙퇴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스장해가 발생하고 토양과 작물이 오염되어 인증을 취소받는 경우도 있다.
 
안 대표는 이러한 친환경농업의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최근 친환경농업을 한다는 분들 몇몇을 만나보면 토양을 가꿀 생각은 않고 그저 친환경자재만 사용할 생각부터 한다.

친환경 자재로만 농사를 짓는 것과 일반관행농업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안 대표는 매년 지력을 높이기 위해 100ton의 퇴비를 순수 제작하여 사용한다. 그는 퇴비장에 가득 쌓인 퇴비를 가르키며 이것이 안 대표의 유기농비법이라고 전했다.

그의 퇴비는 특별할 것 하나 없이 농사를 짓고 남은 농산물 부산물이었다.
“콩을 수확하고 남은 콩대, 쌀겨, 이웃 무항생제 축산농가에서 수거해온 가축분 등 근처에서 얻기 쉬운 부산물들 모두 퇴비로 사용합니다. 10월달에 만들어서 5개월간 발효시킨 뒤 3월달에 뿌리고 나면 굳이 유기농 자재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유기농 순환농법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저투입 농법입니다.”
 
■ 친환경농업, 이제는 스스로 일어 설 때
안 대표는 친환경농사를 짓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귀농귀촌, 친환경농업  강사로도 명성이 높다.
종종 나가는 강의에서 강의를 마친 후 질문을 받을 때 농업 기술보다는 국가의 보조금 혹은 시군별 지원금에 대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깊은 실망을 하곤 했다.

안 대표는 이제는 농민들이 국가의 보조금에만 목매이지 않고 스스로 일어 설 때라고 말한다.
“친환경의무자조금은 이제 친환경농업계에서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돈을 모아서 친환경농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안 대표는 의무자조금 도입이 조금 더 일찍 시작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투명한 과정과 절차, 공익성이 결부된다면 친환경자조금 사업은 실패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친환경농업의 승패는 우리 친환경농업인의 손에 달렸습니다. 우리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어설 때 친환경농업도 다시 부흥 할 것입니다.”

■ 유기농업, 믿음과 신뢰로
안 대표는 유기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이라고 말한다. 농약을 치고 제초제를 뿌려 쉽게 농사짓는 이웃 관행농사를 보면서 나또한 쉽게 농사를 짓고 싶다는 유혹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친환경유기농업인이라면 이 또한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유기농업은 신념과 철학이 스스로 우러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독립투사와 같은 용기와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내 가족, 자식, 친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농사를 지으면 저절로 유기농업이 실천됩니다.”
유기농업을 시작한지 20년,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유기농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었던 소비자들의 신뢰와 스스로의 양심 덕분이었다.

 아직도 토양과 자연을 공부하는 안종윤 대표. 친환경농업인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심농산물 생산을, 소비자들은 그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퇴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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